2014년 5월 15일 목요일

[책 소개] 료마가 간다




시바 료타로, 료마가 간다 1-8, 동서문화사(박재희 역)

[번역과 일본의 근대]라는 책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적어도 일본은 개화기에 신식문물을 직접 맞대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느라 정말 고생을 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한국과 중국의 용어나 학문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사나 인물들 중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오다 노부나가, 도꾸가와 이에야스, 아베 정도가 전부인 상식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또, 복거일 선생님의 비명을 찾아서를 읽다 보면 일본 역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여, 예전에 읽다가 중단한 이 소설을  최근에야 거의 다 읽었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자신의 역사를 그대로 놓고 본다면 이해하기 힘들고 재미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국민작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에 놓고 소설을 써서 엄청나게 히트를 시키는데(대망), 역사적 사실과 극적인 요소를 섞어 놓아서 일반인들로서는 그것을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국지연의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정사 삼국지보다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과 유사한 이치겠지요. 그리고 대망과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에서 유명한 인물이 또 있습니다.

일본에서 봉건제를 확립하여 그 치세가 수백년을 이어왔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막부정권이 개화기 외국의 개항요구에 따른 위기상황 등을 타개하기 위해 폐번치현을 단행하는 메이지유신에 이르는 1800년대 중반이 "료마가 간다"의 배경입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상을 기반으로, 일본의 큰 번들인 조슈, 사쓰마, 도사 등을 연합하여 막부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국가를 탄생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사카모토 료마(1835~1867)"이고, 료마가 간다는 일본의 국민작가라고 불리는 시바 료타로가 그에 관하여  쓴 소설입니다.

료마의 실제 모습은 첫번째 사진에 나와 있듯 그닥 미남도 아니고 임팩트도 없어 보이는데, 시바 료타로는 매력이 들끓는 듯이 묘사(그에 걸맞게 수명의 여인이 그를 따릅니다)하고 있고, 그에 영향을 받아 료마를 다루는 게임에서는 두번째 그림과 같이 료마를 호남으로 묘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2010년인가요 TV에서 료마전을 방영하면서 료마로 캐스팅한 것은 일본의 정우성+장동건이라는 사진 3의 후쿠야마 마사하루 입니다. 일본의 어려운 상황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로 매우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일본의 장동건 + 정우성 NHK ‘료마전’의 료마 역 후쿠야마 마사하루, 중앙일보 2010. 5. 22. 기사 ).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전지적 작가가 툭툭 튀어 나와서 옛날 이야기 하듯 이얘기 저얘기로 뛰어다니는 것도 마음에 쏙 들지는 않고, 일본어에 능통치 못한 제가 번역된 일본소설을 보는 것에는 아름다운 한국어구사가 되는 우리 작가들의 글을 읽을 때의 유려한 문장을 읽는 기쁨이 빠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입니다. 하지만 "바람의 검심" 같은 만화에서 신선조 무사들이 막부편을 드는 이유 같은 것이 전혀 이해되지 않아 그닥 재미 없었던 것이  지금 읽으면 일본 개화기 시대 역사를 뒤틀거나 끼어드는 맛이 있어서 더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결론적으로 외국을 직접 온몸으로 부딪혀서 경험하고, 외국문물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정체를 그에 맞추어서 변경해 나가려고 노력해서 마침내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개화기에 그런 경험이 없었던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운 인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은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들입니다.

소인배 하나를 물러나게 하는 것쯤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누가 앉든 몸과 마음을 바쳐 국가를 이끌어 나갈 인물이 없습니다. 결국 막부의 지금 형편으로는 바로잡으려는 사람이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손을 댈 엄두들을 내지 못하고 있지요.

시바 료타로, 료마가 간다 5, 동서문화사, 134면. 

선상팔책
제1책, 천하의 정권을 조정에 봉환케 하고 모든 정령은 조정을 통해서 내리게 할 것,
제2책, 상하 의정국을 설치하고 의원을 두어 천황의 정무를 참찬케 하며, 정무는 반드시 의논하여 결의할 것,
제3책, 유능한 공경, 제후 및 천하의 인재들을 고문으로 두고 관작을 내리며, 종래의 유명무실한 관작을 철패할 것,
제4책, 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널리 공론을 참작하여 새로이 타당한 규약(새 조약)을 만들 것, 
제5책, 고래의 법령을 절충하여 새로이 무궁한 대법을 제정할 것,
제6책, 해군을 확장할 것,
제7책, 친병을 두어 수도를 지키게 할 것, 
제8책, 금은 물가는 반드시 외국과의 평형을 유지토록 하는 법을 제정할 것

시바 료타로, 료마가 간다 7, 동서문화사, 303-304면.

일이란 그 전부를 해서는 안 되는 거다. 8할까지면 족하다. 거기까지가 어려운 고비니까. 나머지 2할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2할은 남이 맡아 하도록 하여 완성의 공은 양보하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큰일을 해낼 수 없다."

시바 료타로, 료마가 간다 8. 동서문화사, 24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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